날적이

 번호: 130 작성일시: 2007-07-16 23:06:49 (222.106.30.75)
제목    2007.7.15.일. 다시 한강으로
이름    수학맨 조회 : 3299  

오늘도 회사에 나가야 한다는 스트레스...
어제 겪었던 한강에 대한 두려움.
과로로 인해 몸상태가 안 좋았다고는 하나 4분만에 지쳐 돌아와야 했던 이해할 수 없는 현상.
6시경 어김없이 눈을 뜨고, 머리는 복잡한 생각들이 교차되지만, 다시 한강에 나가 가까운 거리를 왕복하며 연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제는 된장찌개로 아침을 먹었지만 오늘은 물만 한 잔 마시고 나간다(징크스가 될 지 모르기에).
일요일 아침이라 길이 잘 뚫려 7시 남짓해서 도착했다.
근데, 기다려도 님들은 오시지 않는다.
어제의 실패로 인해 잔잔한 한강물이지만 약간은 무섭게 보인다.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수중보쪽으로 가더니 슈트를 입으신다.
내려가서 여쭈니 혼자서 가려는 듯하다.
3~4년 전에 제주도대회에 나갔었는데, 오랜만에 연습하러 나오셨단다.
조금 있으면 사람들 올 지 모르니까 조금만 기다렸다가 가시라고 말씀드려본다.
근데, 오늘도 대회에들 나가셨는지 오는 철인이 없다.
7시 30분 좀 덜 되어 이형률회장님(?)이 오셔서 나도 준비를 했다.

다른 사람은 늦게 올 지, 안 올 지 모르지만 두 분은 출발하려 하신다.
셋이 가기는 걱정이 되어 좀 더 기다리자고 하고 싶었지만, 누군가 오리라는 확신은 없기에 도리가 없다.
난 초보라서 여기 근처에서 왔다갔다 할 테니까 먼저들 가시라고 하여 보내드렸다.

물에 들어가니 약간 차게 느껴진다. 몸과 맘이 약해진 탓일까?
몸에 물을 적시고, 담그고, 체온을 좀 느낀 다음에 출발하며 손목시계의 스톱워치를 가동시켰다.
왼쪽 종아리는 어제 난 쥐로 인해 아직도 뭉쳐 있고, 어제 깜동님이 다리를 더 적게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라고 하신 조언이 생각나 발길질은 조심했다.
조금만 가다가 힘들면 돌아오리라, 오버하지 않고 천천히 가리라, 하며 맘을 편하게 하니 호흡도 부드럽고 힘들이지 않고 전진할 수 있었다.

조금만 가다가 돌아올 생각으로 출발했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저쪽 끝을 목표로 전진만 하고 있다.
도착해서 다리 위로 걸어오더라도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어차피 호흡에 무리만 없다면 체력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확신과 함께, 다행히 어제는 좀 일찍 잠자리에 들어 7시간 정도는 잤기에 몸 상태가 좋다는 걸 알고 있기에...

3회 스트로크에 헤드업하기도 하고, 4회나 5회에 한 번, 심지어 10회에 한 번 헤드업하기도 했다.
어차피 오른쪽에 잠실대교가 있기에 많이 벗어날 일은 없었다.
헤드업에 체력이 많이 소모되지는 않았다.
너울이 잔잔하여 어제 삼모에서 연습했던 수준으로 가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곳에 목표지점이 있어 보이지만 가도 가도 그자리인 듯하다.
물을 쏟아내는 북단 수문 가까이 가니 슈트를 입은 아저씨가 건너지 못하고 계시다.
어제 물살이 세서 돌아왔던 선배님들 생각이 나, 여기서 돌아가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거기서 턴했다.

되돌아올 때는 오른쪽으로 호흡하면 망망대강이라 도대체 가고 있는지 제자리인지 느낌이 없다.
체력적으로 지쳤다면 심리적인 요인과 함께 탈진할 수도 있겠지?
되돌아오는 절반쯤 지났을 때는 잠시 왼쪽호흡을 하며 잠실대교를 바라보는 여유도 부려본다.

스퍼트를 해도 좋으련만, 좀처럼 스퍼트를 하지 않고 끝까지 참고 간다.
도와줄 이 없는 곳에서 쥐라도 나면, 아침에 아빠 얼굴도 못 보고 자고 있는 이지에게 얼마나 큰 슬픔을 안겨주겠는가.
도착지점에 거의 다 왔을 때, 몸을 쭉쭉 뻗고, 발차기도 배운 대로 하기 위해 자세를 잡아본다.

북단 끝까지 가지 않았으므로 왕복 대략 1.6km.
37분06초(17:08+19:58) 걸렸으니 속력은 2.59km/h 정도 된다.

나와 슈트 입은 아저씨가 도착한 뒤에 보니, 보트도 출동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회장님께서 북단 수문을 열어놓은 곳의 물살을 뚫고 건너갔다 오시는 모습을 보고 사람 떠내려가는 걸로 알고 누군가 신고했나 보다.
그 때문에 우리가 출발한 뒤에 출발한 다른 세 명은 북단에서 보트에 타라고 해서 타고 왔단다.
운동한 것 같지도 않다며 투덜대는 모습이 투정대는 아이같다.

오늘 한강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러면 적어도 일주일은 많은 고민에 빠지고 우울했을 것이다.
이제 겨우 초보인 내가 37분에 왕복했으니, 수영사랑 고수분들은 그 시간이면 두 번도 왕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인선배님들과 헤어지고 바로 회사로 가려 했으나 문은 잠겨있을 테고, 난 세콤카드가 없기에 12시 반까지 족구를 하고 점심까지 먹고 회사로 갔다.
일주일 전 예약해 놓은 난타 공연에 못 가게 되어 옆지기와 이지에게 죄스럽지만, 다행히 기식이가 대신 가줄 수 있기에 고마웠다.
23시에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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