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

 번호: 75 작성일시: 2006-09-25 08:22:37 (61.75.39.232)
제목    2006.09.25.월. 체험단이 뭐길래
이름    수학맨 조회 : 3241  

도대체 뭐길래...

나도 퇴근하면 집에서 쉬면서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아기 보는 것말고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TV 보는 것말고도 말이다.
사실, TV는 안 봐도 상관없다.

나름대로 창조적 활동이라고 표현하는 그런 것 말이다.
어떤 때는 시를 쓰는 것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작곡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풀기 어려운 수학 퍼즐을 푸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 우주를 생각하며 천문학 관련 연구(내지는 생각 정리)를 하는 것도 내게는 즐거운 일이다.
그것이 바둑이 될 수도 있고, 장기가 될 수도 있고, 퍼즐형 플래시게임을 끝까지 푸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것들은 노가다성 작업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내게는 두뇌를 훈련시키는 창조적 활동이다.
내가 하는 것은 항상 수학적 사고방식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플래시 게임을 만드는 것 또한 노가다가 필요하지만 내게는 창조적 활동이다.
난 플래시 전문가가 아니며, 플래시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다.
그런 내가 플래시 게임을 만드는 것은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도 사서 보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기도 하면서 2004년 12월에 숫자맞추기 퍼즐을 일단 완성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할 지의 여부도 모르면서 육면체 퍼즐에도 도전하여 2006년 4월에 육면체 퍼즐을 완성했다. 이때, 플래시를 계속 해왔던 것이 아니라 또다시 처음부터 하는 기분으로 퇴근 후 조금씩 여러 달 걸려서 완성했다. 이를 루빅스큐브 카페에 소개했더니 몇몇 전문가가 나의 1등 기록을 50위권 밖으로 밀어내 버렸다. 버전 1.0에서 이렇다할 버그가 발견되지 않아 버전업 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잘 운영중이다.

얼마전(그게 벌써 한 달은 넘은 것 같다) 아이디어가 있어 천문 관련 플래시를 만들려고 하다가, 이미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나와 있기도 하고 데이터 수집에 저작권이나 한계가 있어 그냥 테트리스를 만들어 보기로 생각했다.
테트리스는 10여년 전부터 퀵베이직으로 부터 시작해서, 터보씨, 비주얼베이직으로까지 만들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금방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플래시를 꾸준히 해왔던 게 아니라서 다시 책을 보면서 액션 하나 하나 테스트하며 진도 나가는게 더뎠다. 그래도 불붙기 시작하면 빠른 진행이 되리라 생각했다.

근데, 이놈의 테트리스는 도대체 불붙지 않는다. 하루에 한 시간도 집중적으로 일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퇴근 후, 아기 좀 보다가 집중적으로 하려고 해도 이지가 자꾸 매달리며 괴롭히니 진도가 나갈 수 없다.
새벽 1시 전후로 아기가 아빠를 괴롭히다가 잠이 드니(어떨 땐 내가 먼저 잠들기도 한다)...
이지 엄마는 체험단 한다고 PC가 있는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나는 노트북으로 이지와 씨름하고...

둔한 옆지기는 시간 투자한 거에 비해 체험단 점수가 안 오르는 모양이다.
노동의 댓가도 안 나오는 거 하지 말라고 해도 말을 안 듣는다.
댓가를 떠나 점수에 이미 중독된 게 아닌가 싶다.
불쌍하기도 해서 점수 계산 표 가져오라고 해서 확인해 보니 점수 안 되는 엉뚱한 곳에 너무 정열을 쏟고 있는 듯하여 쉽게 점수 올릴 수 있는 것부터 도와주고자 했다.

지지난주 주간 로그인 점수에서 1등해서 150점을 올리도록 도와줬다.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올랐으니 그만하리라고 도와줬던 건데...
마지막주에서 400점 더 올려서 A 등급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나 보다.
하긴, C에서 B로 올리는데 든 노력의 반만 보여도 A등급은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상황이다.
주간 로그인에서 1위 150점은 문제가 없을 텐데(아직 점수 집계는 안 되었지만 그러하리라 본다).
주간 집계는 일요일 자정까지 통계를 내는데, 옆지기가 덧글을 열심히 올렸지만 점수가 불안한 듯 보였다.
옆지기가 포기한 분야인 게시글을 보니, 그 분야에서 1등도 불가능하진 않아 보였다.
내가 게시글도 1등해 주겠다고 해서 세 시간 정도 열심히 해줬다. 1등 만드는 건 시간문제였다.
내 계산으로 1등이 확실하다고 생각되었지만 혹시나 모를 추격에 대비히 계속 글을 올리고 있는데 이런 남감할 때가....
하룻동안 150건 정도의 글을 올리니 더이상 안 올라간다.
결국 2등이던 경쟁자가 다시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경쟁자가 추월해 가는 걸 넋놓고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덧글이라도 좀 더 확실한 점수를 얻고자 했다. 수천 건의 덧글에 모두 덧글을 단다면 충분히 덧글에서는 1등을 할 수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난 옆지기가 빠뜨린 덧글을 달기 위해서 전체글의 첫 글부터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근데, 이런 불법이 자행되었을 줄이야.... 하나의 글에 두 개의 덧글을 올린 이도 있지 않은가. 그것도 며칠간의 시간 간격을 둔 것도 아니고 한꺼번에 두 개의 글을 연속으로 올렸던 것이다.
이런게 모두 각각의 덧글로 인정된다면 덧글에서는 3위에만 들어도 잘한 것이리라. 만일, 이런 경우에 한 개의 덧글로만 인정된다면 옆지기가 덧글 부문에서 1위 할 수 있을 텐데...

옆지기와 나는 모두 네이버를 전혀 쓰지 않았기에 네이버나 네이버 카페에 대해 잘 모른다.
경험이 있었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일찍 깨달았다면 적은 노력으로 쉽게 점수를 땄을 것이다.
만일 소닉케어 카페가 현재의 점수 계산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여, 지방에 있는 어떤 아줌마처럼 성실함을 보인 사람이 F 등급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덧글 연속으로 올린 사람이 A 등급이 되는 시스템이라면 결국엔 극한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매일 더 이상 올릴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뜰 때까지 150건의 글을 올리고, 매일 수만 건의 덧글을 올리고, 매일 수만 번의 로그인을 해도 각 부문에서 3위안에 들 수 있을 지 없을 지 불안하여 덜덜덜 떠는 사태가 발생할 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전문가는 아니기에 또다른 체험단에서 일부 선수들은 전문적인 두뇌플레이로 쉽게 또 점수를 획득하고 초보 체험단 누리꾼은 그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회사가 원하는 일을 회사의 영업사원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여 발에 땀나게 하게 될 것이다.

일회성 경품은 로또처럼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다.
이에 비해 체험단은 자기가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고득점을 위해 도덕성이나 질서를 무시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난장판이 된다.
목적을 같이 하는 이들만 모였다고 보면 용납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되면 본래의 목적이나 순수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한 것은 유즈퍼스트나 소닉케어 모두 체험단 관리에 대한 현재의 한계이다.
그들이 더 많은 돈을 쏟아붓거나, 그들에게 더 훌륭한 인재가 있거나, 인재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더 발전된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게 만일 현 체험단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카페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충분히 만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유즈퍼스트나 소닉케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닐 것이다. 문제가 있더라도 대형포털에 있는 제한된 기능을 이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제한된 기능(네이버) 내에서 더 제한(체험단 관리자)을 두어 관리자가 더 노가다를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수십명의 체험단원 중 도배성 글을 올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활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이 생각보다 점수가 안 나왔을 때도 도인과 같은 점잖은 소리를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점수에 집착하여 열심히 했지만 경쟁에 밀려 좋은 점수가 안 나왔을 때도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노력과 보상이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을 때, 좀 더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이상은 불쌍하고 둔한 초보 체험단을 옆에서 지켜봐 온 남편(체험단에 대해 잘 모르지만)의 잡상이다.

이제 나는 그동안 소홀했던 수학맨 테트리스 플래시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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