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

무한이나 천문학적인 수를 함부로 말하지 말라

조삼모사 이야기를 알 것이다.
똑같은 7개를 아침에 네 개 주느냐, 저녁에 네 개 주느냐로 원숭이를 우롱하는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동물들의 셈 능력은 사람에 미치지 못한다.
세거나 많고 적음을 구분하는 능력이 사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떤 동물은 다섯 정도까지는 셀 수 있으나, 그 이상일 때는 구분을 못 할 것이다.

사람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사람들이 모여 있는 무리를 보면 대략 15~16명이다, 한 30~40명은 된다, 4만 명의 관중이 모였다 등등 말하곤 한다.
아주 많이 모인 곳에서는 100만명 정도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을 보고 '오늘은 대충 3000개의 별이 보이는구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셀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양을 보고 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셀 수 없거나 힘든 경우는 어떨까?
한 숟가락의 밥에는 몇 톨의 밥알이 있는지는 셀 수 있을 것이다.
한 가마니에 몇 개의 쌀알이 있는지도 셀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밀가루 한 포대에 있는 가루의 수를 셀 수 있을까? 이런 경우는 일부를 덜어서 세고, 전체 무게에 비례해서 적용하면 대략적인 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무한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세상에 무한한 것이 과연 있을까?
무한이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하지 실제로 그러한 것은 없다고 본다.
실제로 현대 우주론에서도 우주는 닫혀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 크기는 학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직경이 100억~300억 광년 정도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큰 수이면 우리가 그것은 거의 무한대라고 봐도 좋을 만큼 큰 수일까?
돈에 접목하면 이해가 빠를 거 같다.
하루에 100원어치의 식사를 하는 가난한 이가 볼 때, 1억을 가진 사람이나 1000억을 가진 사람이나 똑같이 상상 불가능한 부자로 보이지 않을까?
아니면, 우리가 생각했을 때에도 1000경을 가진 사람이나 1000조를 가진 사람이나 상상불가능한 부자로 보이는 건 마찬가지가 아닐까?

A. 지구에 존재하는 모래알의 수는 얼마나 큰 수일까?
B. 그 모래가 우주를 가득 채운다면 얼마나 큰 수가 될까?
C. 10^-32m 크기의 가상의 미립자(정방형이라 가정)를 우주(편의상 가로, 세로, 높이 모두 200억광년의 정육면체로 가정)에 가득 채우는 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수가 될까?
(10^-32m 크기 : 1m 길이에 10^32개가 한줄로 나열되어 있음. 10^32 : 1경의 제곱. 1경 : 1억의 제곱)

A인 지구에 존재하는 모래알의 수는 엄청날 거 같지만 그 수는 2번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우주에 비해 지구의 크기는 먼지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B 또한 C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모래의 크기는 더 이상 자를 수 없는 크기에 비하면 엄청난 크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실 별로 크지 않은 수에서도 천문학적인 수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예를 들어, 앨범 판매량이라든가 영화 관람객 수 같은 걸 표현할 때에도...
하지만, 천문학에서도 위 C보다 큰 수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큰 수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수 중 1 다음으로 작은 수인 2를 단지 네 번 사용해서(팩토리얼(!)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수는 어떨까?
D. 2^2^22 (2를 2^22회 거듭제곱한 수)는 어느 정도의 수일까?

수에 대한 감각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이 D의 크기가 어느 정도라고 단번에 말할 수 없으리라.
A의 몇 배 정도 되는 수, 혹은 B와 비슷한 크기, 혹은 C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수라는 식으로 1분 안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D의 값을 계산해 보자.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2^10 = 1024 > 10^3
2^22 = (2^20)*2^2 > 4*10^6
참고로 2^22=4194304이다.
D = 2^2^22 > 2^(4*10^6) = (2^10^6)^4 = ((2^10)^10^5)^4 > ((10^3)^10^5)^4 = 10^(3*10^5*4) = 10^1200000
즉, D > 10^1200000 (=100000000....0000. 0이 120만 개)

C의 값을 계산해 보자.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1초 = 3*10^5 km = 3*10^8 m
미립자 1초에 3*10^8*10^32 = 3*10^40 개의 미립자 나열.
1년 = 60*60*24*365.2422초
1년에 3*10^40 * 60*60*24*365.2422 = 94670778*10^40 < 10^48 개의 미립자 나열.
200억년에 2*10^10 * 10^48 = 2*10^58개의 미립자 나열.
우주에 (2*10^58)^3 = 8 * 10^174 < 10^175 개의 미립자
즉, C < 10^175

DC보다 큼은 물론이고, 10^1199825 개의 우주에 C의 미립자를 모두 채워도 D의 수보다 작음을 알 수 있다.
우주에 가득찬 미립자의 수(10^175) 만큼 우주가 있다고 할 때, 그 우주들 전체(우주군이라고 하자)에 가득찬 미립자의 수는 10^350 개보다 작으며, 이러한 우주군이 10^1199650개 있어도 그에 가득찬 미립자의 수는 아직 D보다 작다.
이러한 식으로 C의 수만큼 우주, 우주군, 또 그 우주군, ..... 이런 식으로 6857회를 반복해도 그에 가득찬 미립자의 수는 D보다 작다.
그러니, D는 얼마나 큰 수이겠는가?

겨우 2^2^22 이란 수가 우주에 10^-32m 크기의 미립자를 가득 채우는 수를 6857회를 거듭제곱한 수보다 크다는 것이다.

D에 비하면C는 보잘것 없고, 또 C에 비하면 B는 보잘것 없고, 또한 B에 비하면 A는 정말 하찮게 작다.
그래도, 우리는 ABCD나 모두 무한히 큰 수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큰 수를 만나면 단순히 '천문학적인 수'라고만 하지 말고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건 어떨까?

"1mm에 1700개를 나열할 수 있는 크기의 미립자를 빛의 속도로 1253년간 나열한 수"

동기 :
     꿈에 본 큰 수 - http://mathman.kr/bbs/read.php?category=3&num=73
계산 참조 :
     2배수 - http://mathman.kr/math/power2_02.htm
     계산기 - http://mathman.kr/lect/java_scr/calc_jsc.htm


최초 작성일 : 2006.7.1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