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설이의 하루

지은이 : 진태식
  나의 이름은 조경설이다. 내가 날 적에 유난히 눈이 커서 집안 식구가 모두 놀랐다.  그래
서 눈과 동음인 하늘의 눈 설(雪)자와 놀랄 경과 동음인 공손할 경(敬)자가 어원이다.
  나는 동작이 느려서 학교에 갈 준비가 끝나면 다른 친구들은 벌써 떠나고 없었다. 그래서, 
10리 길을 늘 홀로 뛰어갔다. 재수가 좋은 날은 교문 앞에서 먼저  간 아이를 만날 수 있지
만, 그것도 드문 일이었다.
  방학이면 언제나 물에서 살았다. 여름엔 물놀이, 겨울엔  썰매. 그래서 보통사람보다 물을 
많이 마신다. 특히 여름엔.
  중학교 때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초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숙제도 
안 하고, 공부도 안 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매의 댓수가 많아졌다는 것. 왜냐하면 과목마
다 맞아야 하니까.
  지금은 고등학생, 객지서 자취를 하기 때문에 많이 달라졌다. 구슬치기를 하여 잃는  경우
도 없고, 딱지치기를 하여 손해를 보지도 않는다.

  오늘은 어제처럼 8시에 일어나 어제 했던 식은밥을 먹고 도시락을 싸서 가방을 메고 학교
로 향했다. 학교는 경사는 급하지 않지만 산중턱에 있어서 오르막이다. 가는 도중 뒤에서 국
어선생님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나는 옆골목으로 뛰어들었고, 순간 머리가 뜨끔했다. 위에서
는 발발이가 쉬를 하면서 내려보았다. 그 집은 뒤에 낮은 언덕이 있어서 지붕에 올라가기가 
쉽고, 발발이가 자주 올라간다. 나는 돌을 던졌다. 텔레비젼 안테나에 맞고 지붕에 떨어졌다. 
"누구야?"하는 소리를 듣고 도망쳤다. 시계를 보니 8시 28분이다. 초는 볼 겨를도 없이 학교
로 뛰었다. 교문에 닿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앞에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체육선생님이시고, 시계를 보니 29분 35초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 한발짝  옆
으로 옮겨 당당히 걸어들어갔다. 그 때 "조경설, 3분 내로 오리걸음으로 한바퀴돌아! 복장불
량에, 지각에, 무슨 냄새야?" 나는 운동장을 돌면서 서운한 생각에 눈물이 핑돌았다. '선생님
은 시계가 고장났나? 발발이를 가만 두지 않으리라. 이게 다 국어선생님 때문이야.'  그래서, 
국어시간 바로 앞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비우고, 신나게 낮잠을 잤다. 지붕 뒤에서 발발이를 
힘껏 찼다. 그러자, 발발이는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서 나에게 덤볐다. "철썩"하여 눈을 뜨
니, 국어선생님께서 팔굽혀펴기 30회를 시켰다.
  종례후 발발이네 집 지붕으로 올라갔다. 뒤에서 옆차기로 발발이를 힘껏 밀었다. 발발이는 
빨래를 담가놓은 곳에 빠졌다. 몰래 빠져나와 보니 발발이는 빨래에 털을 수놓은 죄로 호되
게 맞고 있었다. 그 때 뒤에서 누가 등을 쳤다.  현석이다. 자전거를 같이 타고 가자고 하니
까 뒤에 타라고 했다. 내릴 때가 되었는데 지나갔다.  오락실 앞에서 멈췄다. 들어가자고 하
는 걸 나는 못한다고 했다. 돈은 자기가 대어주겠다며  막무가내로 끌고갔다. 2인용을 했다. 
나는 못하는데 현석이는 잘했다. 나는 화가나서 돌아가자고 했다. 이번에는 내가 현석일  태
웠다. 가는 도중에 배와 얼굴을 하드로 범벅을 한 아이가 자전거 앞으로 튀어 나왔다.  나는 
급히 우회전하며 브레이크를 쥐었다. 앞브레이크를 쥐는 바람에  '뻥'하는 소리와 함께 펑크
가 났다. 나는 미안하다며 300원을  주고 걸어서 자취방으로 가서는  가방을 챙기고 막차로 
집으로 왔다. 증조할바버지 제사가 있기 때문이다. 옛적엔 새벽 1시에 지냈는데 요즘은 저녁 
11시에 지낸다. 옛적엔 고개넘어 30분 거리에 있는 삼촌까지 오셨는데, 요즘은 같은  마을에 
있는 5촌 아저씨도 오시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끼리 지냈다. 처음에 절을 하는 도중에  나오
려는 방귀를 간신히 참았다. 하지만 다음번 절을 할 땐 도저히 참지 못하고 터지고  말았다. 
문을 열어놓고 지냈는데도 냄새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가시지 않았다.
지은 날 : 1988.